정규시즌 144경기가 끝나면 KBO는 상위 5개 팀만 남겨 가을야구를 치릅니다. 해마다 이맘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비슷합니다. "4위는 이미 순위가 정해졌는데 왜 또 5위와 경기를 하나요?" 이 글은 그 구조를 먼저 풀고, 지난 10년 포스트시즌 138경기가 정규시즌과 실제로 얼마나 달랐는지 숫자로 확인합니다.
5개 팀, 4단계 — 순위가 높을수록 늦게 출발한다
KBO 포스트시즌은 계단식입니다. 아래 순위 팀부터 경기를 시작하고, 이긴 팀이 한 칸씩 올라가 더 높은 순위 팀을 만납니다.
| 단계 | 대진 | 방식 |
|---|---|---|
| 와일드카드 결정전 | 4위 vs 5위 | 최대 2경기, 4위가 1승을 안고 시작 |
| 준플레이오프 | 3위 vs 와일드카드 승자 | 5전 3선승 |
| 플레이오프 | 2위 vs 준플레이오프 승자 | 5전 3선승 |
| 한국시리즈 | 1위 vs 플레이오프 승자 | 7전 4선승 |
정규시즌 1위는 한국시리즈로 바로 올라가 기다립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팀은 시리즈를 거칠 때마다 투수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순위가 높을수록 체력에서 유리한 구조입니다.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 일정 문제로 일부 시리즈가 3전 2선승제로 줄어든 적이 있습니다.
"4위는 1승을 안고 시작한다"는 말의 뜻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 팀 홈에서 열리고, 4위는 장부에 1승을 먼저 적어 놓고 시작합니다. 그래서 4위는 1차전에서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바로 준플레이오프에 갑니다. 5위는 두 경기를 연달아 이겨야만 올라갈 수 있습니다. "4위로 순위가 정해졌는데 왜 또 하느냐"는 질문의 답이 이것입니다. 순위는 정해졌지만, 4위와 5위 중 누가 다음 단계로 가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와일드카드 10년 — 5위가 올라간 건 한 번뿐
우리 데이터에 남은 2016~202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14경기를 해마다 정리했습니다. 왼쪽이 4위(홈) 팀입니다.
| 연도 | 4위 vs 5위 | 경기 결과 | 진출 |
|---|---|---|---|
| 2016 | LG vs KIA | 2-4, 1-0 | LG(4위) |
| 2017 | NC vs SK | 10-5 | NC(4위) |
| 2018 | 넥센 vs KIA | 10-6 | 넥센(4위) |
| 2019 | LG vs NC | 3-1 | LG(4위) |
| 2020 | LG vs 키움 | 4-3 | LG(4위) |
| 2021 | 두산 vs 키움 | 4-7, 16-8 | 두산(4위) |
| 2022 | KT vs KIA | 6-2 | KT(4위) |
| 2023 | NC vs 두산 | 14-9 | NC(4위) |
| 2024 | 두산 vs KT | 0-4, 0-1 | KT(5위) |
| 2025 | 삼성 vs NC | 1-4, 3-0 | 삼성(4위) |
4위가 10번 중 9번 올라갔습니다. 4위가 1차전을 진 해는 네 번(2016·2021·2024·2025)이었는데, 그중 세 번은 2차전을 이겨서 올라갔습니다. 5위가 두 경기를 모두 이긴 해는 2024년 KT 한 번뿐입니다. 14경기 전체로 보면 홈팀(4위)이 9경기를 이겨 64.3%였습니다.
포스트시즌은 점수가 덜 난다
이제 포스트시즌 전체 138경기를 정규시즌과 비교합니다. 가을이라 날씨가 차가운 효과를 따로 보기 위해 정규시즌 중 10월에 열린 경기도 한 줄 더 넣었습니다.
| 구분 | 경기 수 | 평균 총득점 | 1점 차 경기 | 한 팀 0득점 |
|---|---|---|---|---|
| 정규시즌 전체 | 6,995 | 10.07 | 23.9% | 11.2% |
| 정규시즌 10월 | 386 | 9.61 | 23.6% | 10.9% |
| 포스트시즌 | 138 | 9.04 | 30.4% | 15.9% |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경기당 약 1점(1.03점) 적게 났습니다. 같은 10월의 정규시즌 경기와 비교해도 0.57점이 적습니다. 날씨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더 눈에 띄는 건 경기의 모양입니다. 1점 차로 끝난 경기가 30.4%로 정규시즌(23.9%)보다 6%p 이상 많고, 한 팀이 한 점도 못 낸 경기도 11.2%에서 15.9%로 늘었습니다. 총점 5점 이하인 경기는 정규시즌 19.2%, 포스트시즌 26.8%였습니다.
왜 이렇게 될까 — 자주 거론되는 설명
- 좋은 투수만 던진다 — 시리즈 사이에 쉬는 날이 있어 1~3선발과 핵심 불펜만으로 경기를 꾸릴 수 있습니다. 정규시즌처럼 4·5선발이나 추격조가 나올 일이 줄어듭니다.
- 한 점을 아끼는 운영 — 번트, 빠른 투수 교체, 대수비 같은 작전이 늘어납니다. 큰 점수를 노리기보다 한 점을 지키는 쪽입니다.
-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만 만난다 — 상위 5개 팀끼리의 경기라 일방적인 경기가 줄고, 접전이 많아집니다.
단계별로 보면
| 단계 | 경기 수 | 평균 총득점 | 1점 차 경기 | 홈팀 승률 |
|---|---|---|---|---|
| 와일드카드 | 14 | 9.14 | 21.4% | 64.3% |
| 준플레이오프 | 39 | 8.59 | 33.3% | 51.3% |
| 플레이오프 | 37 | 9.81 | 29.7% | 51.4% |
| 한국시리즈 | 48 | 8.79 | 31.3% | 54.2% |
단계마다 경기 수가 40경기 안팎이라 단계끼리의 작은 차이는 우연일 수 있습니다. 분명한 건 와일드카드를 빼면 어느 단계든 1점 차 경기가 30% 안팎이라는 점, 그리고 와일드카드의 홈 승률이 유독 높은 건 앞에서 본 1승 어드밴티지 구조(4위 홈) 영향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변이 늘까? — 오히려 정규시즌 막판이 더 흔들린다
"단기전은 모른다"는 말이 많지만, 낮은 배당 쪽(정배)이 이긴 비율은 포스트시즌이 정규시즌과 거의 같았습니다.
| 구분 | 정배가 이긴 비율 |
|---|---|
| 정규시즌 전체 | 57.7% |
| 정규시즌 10월 | 55.4% |
| 포스트시즌 | 58.1% |
이변이 늘어나는 시기는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정규시즌 마지막 10월입니다. 순위가 확정된 팀이 주전을 쉬게 하는 경기가 섞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포스트시즌에는 모든 팀이 최선을 다하니 오히려 전력대로 흘러가는 편입니다. (무승부·두 배당이 같은 경기는 계산에서 제외했고, 포스트시즌 138경기 중 무승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기준선은 이미 내려가 있다
점수가 덜 나는 걸 시장도 알고 있을까요? 언더오버 기준선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 구분 | 집계 | 평균 기준선 | 언더가 나온 비율 |
|---|---|---|---|
| 정규시즌 전체 | 5,806 | 9.61 | 50.9% |
| 정규시즌 10월 | 352 | 9.38 | 54.0% |
| 포스트시즌 | 114 | 8.55 | 48.2% |
포스트시즌 기준선은 평균 8.55로, 정규시즌(9.61)보다 1점 넘게 낮게 잡혀 있었습니다. 실제 득점 감소(약 1점)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 셈입니다. 그 결과 언더가 나온 비율은 48.2%로 오히려 반반 아래였습니다. "가을야구는 점수가 적으니 언더"라는 생각은 이미 숫자에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정규시즌 10월은 기준선이 9.38로 조금만 내려가서 언더가 54.0% 나왔습니다. 시장이 덜 따라잡은 쪽은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정규시즌 막판입니다.
이 숫자로 알 수 없는 것
- 표본이 작습니다. 포스트시즌은 한 해 12~16경기라 10년을 모아도 138경기입니다. 정규시즌 7천 경기와 같은 무게로 읽으면 안 됩니다. 특히 단계별 숫자(각 40경기 안팎)는 몇 경기만 달라져도 크게 흔들립니다.
- 빠진 경기가 있습니다. 2018년 플레이오프 3경기와 한국시리즈 1경기, 2024년 한국시리즈 1차전(비로 중단됐다 이어서 치른 경기)은 결과가 남아 있지 않아 집계에서 빠졌습니다.
- 해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1위와 2위의 승차, 와일드카드 팀이 선발을 얼마나 소모하고 올라왔는지, 부상자 등은 이 평균에 담기지 않습니다. 시리즈마다 선발 로테이션을 따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약
- KBO 가을야구는 5개 팀·4단계, 순위가 높을수록 늦게 출발합니다.
- 와일드카드에서 4위는 1승을 안고 시작해, 10년 중 9번 올라갔습니다(5위 진출은 2024년 KT뿐).
-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경기당 약 1점 적고, 1점 차 경기가 30.4%로 늘어납니다.
- 정배가 이긴 비율은 포스트시즌 58.1%로 정규시즌과 비슷합니다. 흔들리는 건 정규시즌 10월(55.4%)입니다.
- 언더오버 기준선은 평균 8.55로 이미 내려가 있어, 언더가 나온 비율은 48.2%였습니다.
- 표본이 작으니 평균은 배경으로만 쓰고, 시리즈마다 선발 투수와 휴식일을 따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