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가대표 대회가 열리면 화면에 자주 뜨는 점수판이 있습니다. 95 대 58. 리그 경기를 보던 사람에게는 낯선 숫자입니다. 국내 리그에서 이렇게까지 벌어지는 경기는 흔치 않으니까요. 국가대표 경기는 정말 다른 종류의 경기일까요. 다르다면 어디가 다를까요.
어떻게 확인했나
같은 잣대로 재는 게 핵심입니다. 두 무리를 만들었습니다.
- 국가대항전 1,034경기 — 농구 월드컵·올림픽·아시아컵· 아시안게임과 그 예선들. 남녀 모두 포함.
- 리그 17,184경기 — NBA·KBL·WKBL.
둘 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결과가 확정된 경기만 모았습니다. 같은 경기가 여러 형태로 올라오기 때문에 경기 하나가 한 번만 세어지도록 중복을 걷어냈습니다. 아래 숫자는 전부 이 기준입니다.
먼저 통념 하나 — "국제 농구는 점수가 안 난다"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두 무리의 평균 합계 점수를 재면 국제경기가 156.5점, 리그가 206.6점입니다. 50점 차이니 압도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리그 쪽을 하나씩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무리 | 경기 | 평균 합계 점수 |
|---|---|---|
| NBA | 13,297 | 221.9 |
| KBL | 2,851 | 161.3 |
| WKBL | 1,036 | 134.4 |
| 국가대항전 (남자) | 834 | 159.4 |
| 국가대항전 (여자) | 200 | 144.5 |
남자 국가대표 경기는 159.4점, KBL은 161.3점입니다. 거의 같습니다. 여자 국가대표는 144.5점으로 WKBL(134.4점)보다 오히려 10점 더 납니다.
진짜 차이 —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다
총점이 아니라 두 팀의 점수차를 보면 그때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평균 점수차는 국제경기 14.1점, 리그 11.7점입니다. 분포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 점수차 | 국가대항전 | 리그 전체 | KBL |
|---|---|---|---|
| 5점 이내 (접전) | 25.0% | 27.3% | 33.2% |
| 6~10점 | 22.2% | 27.6% | 28.8% |
| 11~19점 | 27.1% | 28.1% | 26.0% |
| 20~29점 | 15.5% | 12.5% | 9.6% |
| 30점 이상 | 10.2% | 4.6% | 2.5% |
국제경기는 10경기 중 1경기가 30점 넘게 벌어집니다.리그는 20경기 중 1경기, KBL은 40경기 중 1경기입니다. 20점 이상까지 넓히면 국제경기 25.6%, 리그 17.0%입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리그는 같은 나라 안에서 전력이 어느 정도 맞춰진 팀들이 붙습니다. 드래프트가 있고, 연봉 상한이 있고, 하위권 팀도 프로 선수로 채워져 있습니다. 국가대항전에는 그런 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프로 리그가 튼튼한 나라와 이제 막 대표팀을 꾸리는 나라가 같은 조에 들어갑니다.
홈 이점은 절반쯤 사라진다
홈팀이 이긴 비율은 국제경기 52.1%, 리그 56.2%였습니다. 4.1%p 차이입니다.
국가대항전은 대부분 한 도시에 모여 치르는 방식입니다. 기록상 앞에 적힌 팀이 '홈'으로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양쪽 다 원정인 경기가 많습니다. 개최국이 끼어 있을 때만 진짜 홈 이점이 생기죠. 국가대항전에서는 '홈'이라는 글자를 리그만큼 믿을 수 없습니다.
"강팀이 확실히 이긴다"는 반만 맞다
여기가 이번 집계에서 가장 뜻밖이었던 부분입니다.
두 값 중 낮은 쪽 — 시장이 더 강하다고 본 쪽 — 이 실제로 이긴 비율을 재면 국제경기 72.9%, 리그 67.3%입니다. 5.6%p 차이라 "국제경기는 이변이 적다"고 결론 내리기 딱 좋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같은 배당 구간끼리 나눠서 다시 재면 그 차이가 사라집니다.
| 낮은 쪽 값 | 국가대항전 | 리그 |
|---|---|---|
| 1.20 미만 (크게 기운 경기) | 83.6% (455/544) | 81.7% (3,623/4,432) |
| 1.20 ~ 1.50 | 65.5% (243/371) | 66.4% (5,492/8,266) |
| 1.50 ~ 2.00 (접전 예상) | 47.1% (56/119) | 54.4% (2,442/4,486) |
위 두 구간은 거의 붙어 있습니다. 1.20 미만에서 83.6% 대 81.7%, 1.20~1.50에서 65.5% 대 66.4%. 국제경기라고 강팀이 더 잘 이기는 게 아닙니다.
이 구분은 실제로 쓸모가 있습니다. 국제경기에서 1.20 미만 경기를 빼고 접전 예상 경기만 놓고 보면, 리그보다 오히려 읽기 어렵습니다. 위 표의 1.50~2.00 구간에서 국제경기는 47.1%로 절반도 안 됩니다.
합계 점수 기준선은 국제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니 합계 점수 기준선(언더오버 라인)도 자주 빗나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 무리 | 경기 | 평균 기준선 | 기준선 초과 | 기준선 미만 |
|---|---|---|---|---|
| 국가대항전 | 1,226 | 156.8 | 49.1% | 50.9% |
| 리그 | 11,653 | 203.2 | 49.2% | 50.8% |
49.1% 대 49.2%. 소수점 한 자리까지 사실상 같습니다. 기준선 자체는 국제경기에서도 리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집니다. 어려운 건 총점이 아니라 승부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기우느냐 쪽이라는 뜻입니다.
이 숫자로 알 수 없는 것
표 몇 개로 국가대표 농구를 다 설명했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한계를 분명히 적어 둡니다.
- 표본 크기가 17배 차이 납니다. 국제경기 1,034경기, 리그 17,184경기입니다. 특히 여자부 국가대항전은 200경기뿐이라 대회 하나가 평균을 크게 흔듭니다. 위 표의 1.50~2.00 구간(119경기)도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값입니다.
- 대회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월드컵 본선과 예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참가국 수준의 폭이 서로 다릅니다. 이 글은 그걸 하나로 묶었습니다. 본선(442경기)만 보면 평균 점수차 15.1점, 예선(589경기)은 13.4점으로 본선 쪽이 더 벌어집니다.
- 모든 국제경기가 여기 담기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다루는 경기만 집계됐습니다. 대회 전체가 아니라 그중 일부입니다.
- 왜 그런지는 숫자가 말해 주지 않습니다. 전력차라고 적었지만 그건 해석입니다. 귀화 선수 제도, NBA 선수의 대표팀 차출 여부, 대회 일정의 빡빡함 같은 것들이 섞여 있을 겁니다.
정리
- 국제경기가 저득점이라는 말은 NBA 때문에 생긴 착시입니다. 남자 국가대표 159.4점, KBL 161.3점으로 거의 같습니다.
- 진짜 차이는 점수차입니다. 30점 이상 벌어지는 경기가 국제경기 10.2%, 리그 4.6%로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 홈이라는 표시를 리그만큼 믿을 수 없습니다. 홈 승률 52.1% 대 56.2%. 중립 개최가 많기 때문입니다.
- 강팀 승률 72.9%는 예측이 더 잘 되어서가 아니라 기울어진 대진이 절반이라서입니다. 같은 구간끼리 비교하면 리그와 다르지 않고, 접전 구간에서는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 합계 점수 기준선은 국제경기에서도 49.1%로 리그(49.2%)와 똑같이 반반에 가깝습니다.
국가대표 대회를 볼 때 "어느 쪽이 이기나"는 리그보다 뻔하고, "얼마나 벌어지나"는 리그보다 종잡기 어렵습니다. 두 질문을 섞어서 보면 매번 헷갈립니다. 나눠서 보면 훨씬 단순해집니다.